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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

음악 활동을 하는동안 경연을 많이 참가했었다.

그리고 수도 없이 떨어졌었다. 어제도 인천평화창작가요제에서 떨어졌었다. 그런데 기대도 욕심도 한층 덜하고 심정의 여파도 어느 때와는 다르게 평화롭고 아무렇지 않았다. 새벽에 갑자기 생각이 들었다.

이 무수한 탈락들이 작은 나를 알게 해주고 반대로 커다란 나를 알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한없이 깎이지 않고 집착하지 않고 겸손해지며 작아질 수 있을까. 하던데로 편하게 하는 것과 관객을 위해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은 서로 얼마나 반대되고 상충되는 것일까.

이 무수한 질문 속에서도 내가 집중해야할 것은 결국 나이다. 관객과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나에게서 오는 것들에 더 집중을 해야한다. 작은 나에게서 나오는 것들 말이다. 나의 욕심에서 비롯된 작은 나를 보아서는 안된다. 가령 이 무대에서 보여주고 싶은 모습에 대한 욕심이 있는데 그 모습이 나의 것이 아니었을 때 나는 작은 나를 어김없이 대면하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작은 내가 아니라 이것밖에 보여줄 수 없지만(이것을 편하게 인정하고 작은 나를 직관적으로 보고 있다.)그것을 온전히 보여주는 것. 그것이 최선이 되는 것. 그것이 커다란 내가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소크라테스가 말했다. 모든 존재는 그 반대의 존재에서 온 것이라고. 이토록 선명하게 본질에 다가간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작은 나에 대한 본질 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과 해야하는 것들.

이어서 나중에 또 이 글에 덧붙여질 많은 문장들을 믿는다. 혹은 작은 나에 대한 글들이 많은 순간들 속에 이어지길 간절히 소망해본다. 작은 나 힘내. 온전히 너의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자신에 집중할 수 있는 그런 뮤지션이 되기를.

(19년 7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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