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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

승윤이 이름을 여기서는 얘기해도 되겠지? 볼드모트는 아니지만 다른 곳에서 승윤이 이야기를 하면 말이 많은 내가 혹여나 승윤이의 활동에 피해가 될까 봐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여기는 보는 사람 많이 없는 나만의 공간이니까 편하게 !

승윤이는 만날 때부터 배가 아프다는 얘기를 했었다. -승윤이와 더불어 동갑뮤지션용성님의 이야기도 하고 싶다. 이건 나중에 .- 오늘 승윤이의 뉴스ON 인터뷰를 보았다. 여전히 배는 아프고 그것이 음악적인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말이 참 승윤이스러웠다. 나는 음악을 하며 졸렬했고 열등의식과 피해 의식으로 가득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덜하지만 아닌 척, 깨끗한 척, 초연한 척을 하고 있다. 그래서 더 졸렬해 보이기도 하다. 아무튼 그 졸렬함이 최대치를 찍었을 때가 있었다. 나는 일도 하지 않았고 공연도 하지 않고 있었다. 정확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2018년 12월과 2019년 4월의 기록이 없다. 다른 이의 활동이 보기 싫어 SNS를 하지 않았고 시샘했다. 이 모든 게 무슨 의미인가 싶었다. 슬펐고 억울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 갈겨놓은 글들도 있었다. -내 눈에 적나라하게 보이는 글들-그리고 새로운 것들을 해보려고 했었지만 잘 되지는 않았다. 열심히 하는데 좀처럼 좋아지지 않는 상황의 원인과 문제는 항상 소실점처럼 나에게 모였다. 아니, 열심히 하기는 했을까. 그때 승윤이에게서 연락이 왔었다. 어쿠스틱 블루라는 곳에서 요즘 공연을 자주 하는데 나도 그곳에서 공연하는 뮤지션들을 소개해주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아무도 만나기 싫었고 햇빛이 들지 않아 어두운 방이 시간이 지나 완벽히 어두워질 때까지 천장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었다. 그때 온 전화는 한 줄기 빛 이런 건 아니었고 아무 생각 없이 나갔다. 오랜만에 등에 멘 기타는 무거웠다. 성수역에 내렸는데 에스컬레이터 앞에 루리님이 계셨다. 정말 많이 고민했다. 인사를 해야 할까. 눈이 마주쳐서 없는 에너지를 끌어모아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 굳이 근황을 묻고 대화를 주도해 나가려 했다. 루리님이 착해서 그러려고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미련했다. 공연장에서 승윤이를 만났고 랑세님이 승윤이에게서 얘기 많이 들었다며 인사를 청했다. 그날 공연은 내가 했던 공연 중 역대 최악의 공연이었다. 승윤이가 만나자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나갔고 준비도 하지 못했다. 기타를 잡으면 마음이 아파서. 승윤이는 내 얘기를 잘 들어준다.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 그래서 그냥 들어줄 사람이 보고 싶었던 것 같다. 아주 가까운 사람에게도 할 수 없는 말들이 있지 않은가. 둘이서 돌아가는 길 난 정리되지 않는 말들을 내뱉으며 어두운 길을 걸어갔다. 공연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는 얘기도 했다. 그러면서 차츰 마음에 윤슬이 일었다. 승윤이를 처음 만난 게 기억났었다. 나는 최초를 기억하지 못했었다. 그때도 자신감이 없었고 주눅 들어 있었다. 빵공연을 끝내고 오디션을 보러온 누군가가 진짜 좋았다고 얘기해줬다. 그게 승윤이었는데 난 기억하지 못했고 사운드마인드에서 다시 만났다. 공연이 끝나고 얘기를 하다가 알게 되었다. 그 공연에서 관광지 사람들을 불렀었고 앨범에 수록되어 발표될 때 그 시간이 고마워 앨범 소개 글을 자진해서 적어준다 했었다. 처음 난 승윤의 "잘한다"는 말을 빈말로 들었지만, 그는 꾸준히 주위 사람들에게 나를 훌륭한 뮤지션으로 소개해주었다. 그 최악의 공연 이후, 나는 공연기획을 했고 인천의 포크 앨범에 2차례 참여하게 되었고 정규앨범까지 발표할 수 있었다. 너무 드라마틱한 전개를 쓰려는 건 아니다. 다만 승윤이가 그날 날 부르지 않았다면 정규 앨범이 나오기 힘들었을 거란 생각을 한다. 그래서 방송 출연 중 피자와 먹을 것을 몇 차례 보내줬지만 이런 얘기를 하지는 못했다. 예전에는 내 얘기 잘 들어줬는데 부작용으로 내가 말이 많아지면서 대놓고 내 이야기를 안 들어준다. 그래서 말을 안 했다. 내 얘기 안 들어줄 때 표정 살짝 웃김. 그 표정이 그립겠지만 근래 승윤이 앞에서 말실수도 많이 했고 그러니 반성하며 자중해야겠다. 나는 여전히 열등감에 조바심을 느끼고 있지만, 승윤이가 감당해내고 있는 무게감을 보자니 내가 가진 열등감을 어떻게 소화해내는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승윤이가 평생 느낄 거라는 복통은 내가 말하는 열등과는 다른 것이다. 그냥 내가 가진 열등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잘해내고 열심히 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에너지를 얻는다. 나의 복통은 나의 식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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