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 Jeon Yoodong

- 7월 12일
- 1분 분량
한 때 좋은 공연, 좋은 곳에 신고 다녔던 구두다.
결혼식 축가를 앞두고 오전 동성로 어귀에서 문을 연 신발가게에서 급히 샀다. 13년, 15년정도 지난 이야기다. 인조가죽이라 상처가 나면 하얗게 무늬가 남았지만 귀여운 테슬이 달린 동글동글한 구두.
오늘 오소리웍스 공연 순서를 마치고 인천으로 추모제 행사에 참여해야해서 뛰었다. 구두 밑창이 떨어졌다. 나는 추모제에서도 신발을 끌며 절뚝절뚝 걸어다녔다. 다시 서울로 돌아와 편의점에서 급히 슬리퍼를 사고 구두를 편의점 쓰레기통에 버렸다.
버리고 나서야 마음이 무거웠다. 다시 구두를 쓰레기통에서 꺼내야하나 고민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내가 물건에 대한 애착이 많다지만 이렇게까지 마음을 줘야할까 싶었다. 새벽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가는 길. 다시 그 편의점에 들렸고 쓰레기통은 가득 차있었다.
10년을 넘게 좋은 곳을 함께 다녔는데, 수고했다고 말 한마디 하지 않고 그냥 휙 버린 나의 마음이 미웠던 거다. 그게 사람이건 구두건 중요하지 않았다. 시간을 들이지 않고 이리 쉽게 등을 돌리는 이 태도가 날 찝찝하게 한 거 아닐까. 오늘 공연을 위해 자야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언제 쓸까 싶어 맞춤법도 보지 않고 그냥 써갈긴다.
구두야, 긴 시간 함께 해줘서 고마웠어. 마지막으로 함께 한 여정이 의미가 있었길 바라. 마음이 닿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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