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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3일

정규 2집의 여덟 곡이 어떻게 채워졌다. 그리고 정규에 들어갈 수 있는 곡들을 더 쓰고 있다. 더욱 많은 곡으로 정규 앨범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다. 이 욕심을 버려야 하는 건지 두어도 괜찮은지 판단할 수 없다. 쓰고 있던 곡 <앞전와류>의 후렴 멜로디를 네 번이나 갈아치우고는 작곡을 멈췄다. 이 불안들은 나의 힘이 될 것이다. <앞전와류>는 곡을 써야 하는 동기를 만들어줬지만, 정리가 미흡했다. <앞전와류>를 덮어두고 생각나는 일들을 침대에 누워 써 내려갔다. 10대 시절 낙동강 강변으로 가는 걸 즐겼다. 그때는 산책로도 이쁘지 않았고 큰 산책로에서 다듬어지지 않은 풀숲을 지나야만 강변에 도달할 수 있었다. 가끔 일탈을 즐기는 이들로 인해 술병과 폭죽들이 버려져 있었지만 오리 발자국도 있었고 겨울이 되면 얼어있는 강에 조심스레 발을 올려볼 수도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다른 이들 앞에서는 노래 부를 용기가 나질 않았다. 그곳은 아무도 오지 않는 나만의 요람 같은 곳이었다. 강변에서 치기 어린 마음은 홀로 외로움을 멋지게 씹는 나를 다 큰 어른으로 포장해주기도 했다. 이후 4대강 사업이 시작되고 커다란 쇳덩이들이 먼지를 일으키며 강변을 퍼내기 시작했다. 웅덩이에서 오리 한 마리가 포크레인을 향해 큰 소리로 울고 있었다. 나는 기타를 들고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적막한 밤에 나는 그때가 떠올라 글을 옮겼다. 제목을 정하지 못했지만 1절이 완성되었다. 올해 만든 곡 중 가장 설득력 있는 곡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주에 단독공연을 한다. 저번 달까지만 해도 공연에 오시는 관객분들의 수가 신경 쓰였다. 클라우즈 블록 시절을 생각하면 관객분들이 나의 노래를 들으러 찾아오시는 건 언감생심이었고 상전벽해다. 카오스 콘서트 때 찾아오신 팬분들께서 노래 세 곡을 듣고자 네 시간 동안 강연을 듣고 막차를 어렵게 타고 돌아가셨다. 감사한 마음이 커질수록 어찌해드릴 수 없는 마음에 안절부절못했다. "안 오셔도 되는데 너무 고생하셨죠?"라는 나의 말에 "이런 강연에서 유동님을 불러준 건 처음이잖아요."라고 말씀해주셨다. 내 처지를 나보다 더 기민하게 받아들이시는 분들. 그제야 나는 이런 강연에 공연자로 최초로 온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날의 대화들이 떠올라서 깔끔히 정리되지 못한 이유로 힘이 났다. "힘을 내야지!" 또는 "힘을 내야지!"가 아니리 그냥 힘이 났다. 그래서 오는 단독 공연에 몇 분이 오시는지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나는 그날 즐겁게 노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앨범을 잘 만들면 또 다른 분들에게 나의 이야기가 닿을 테니 공허하게 보내는 시간이 없도록 열심히 해야겠다. (항상 감사합니다)




오래전 눌러 쓴 문장이

넘겨진 지금의 마음에

그대로 옴폭, 그대로 옴폭


한갓진 맘을 커다랗게

파놓으면 어지럽게

강물이 소용돌이치며 그곳을 채워요


강변이 없어지던 날

오리와 함께 울었죠

물 위에 떠 있는 커다란 중장비들을 보며

달콤하게 외로울 수 있는 나의 유일한 일이

사라졌어요


 
 
 

댓글 1개


yma27
2023년 2월 04일

유동의 새로운 앨범을 기다리며 그냥 힘이 난다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힘이 납니다 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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