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로도쿠스
- Jeon Yoodong

- 2019년 4월 1일
- 1분 분량
계속 부딪혀 닳아간다면
얼마 남지 않은 맘과 시간을
너와 부딪힐래
조금 지나면 별이 떨어져
함께 할 수 있는 맘과 시간을
허락해줄래
조급한 눈빛 네게 닿을 때
사사 떨리는 네 목소리를
들어버렸어
아름다운 그 순간에
마지막이란 걸 직감했지
그래서 서둘렀나봐
이제 준비가 됐어
이제 준비가 됐어
왜 하필 디플로도쿠스였을까? 어렷을 적부터 공룡화석을 발굴하는 고고학자가 되고 싶다던 내가 한참을 잊고 지냈고 언제 입밖으로 나왔었는지 알 수도 없는 용각류 공룡의 이름이 입으로 나왔다. 인천에 있다가 경북 본가로 내려와 아버지와 TV를 보던 때였다.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아무런 연유도 없이 나는 무의식 중에 "디플로도쿠스..."라고 나지막히 말했다. 그리고 한 용각류의 공룡이 밤하늘 아름다운 유성우를 보면서 마지막으로 급하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으며 조급하지만 진실되고 순수한 마음의 고백을 표현하고 싶었다.
디플로도쿠스는 큰 외형에 비해 일부분의 뼈가 비어있어서 가볍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을 찾아보면서 겉모습이 아닌 정교한 내면 속 찰나의 진심을 바라보는 두 용각류의 애틋함에 최후의 상황이 더해져 더욱 아름다워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애틋함이 마냥 슬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노랫말을 더 써서 곡의 길이를 일부러 늘리고 싶지는 않았고 간주에서 그러한 모습을 설명하지 않아도 듣는 이들이 느낄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왈츠리듬으로 유성우가 떨어지는 곳에서 춤을 추는 둘의 울음소리를 상상하며 간주의 기타 솔로 멜로디를 짜보았다. 이 설명을 구태여 덧붙이지 않아도, 어떤 상황이 놓여있는지 모른다 하더라도 그 둘의 최후가 순수하고 아름다웠기를 바란다.
사실, 디플로도쿠스는 쥬라기 시대의 공룡이라 혜성충돌의 종말을 겪진 못했을 것이다. (그 종말도 하나의 학설에 불가하다. 그래서 알 수 없는 그들의 종말이 더욱 낭만적이다.)
짧은 순간과 마지막, 그리고 순수한 고백. 그런 저런 드라마를 그리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항상 노래를 만들면서 내가 원하는 모습들을 상상하며 만들게 된다.(작년부터 송라이팅에 있어 이러한 부분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짧은 순간에도 상대의 내면을 바라볼 수 있는 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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